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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퍼즐맞추기

커다란 퍼즐을 하나 샀다.
이번엔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
지금까지의 퍼즐은 너무나 손쉬웠어.
그렇게 간단한 것들은 나에게 너무나 가벼워
이번엔 제대로 실력을 나타낼 수 있겠지.

커다란 판에 하나씩 퍼즐을 꺼내어
각각의 위치에 맞추어본다.
지금 현재 맞지 않는 것들을 다시 집어넣어버리고
또다시 내가 제일 처음 집어든 것들에 맞는 것을 찾아
이제는 퍼즐판이 아니라 퍼즐꾸러미에 머리를 박고 있다.
내가 처음에 꺼내든 그 퍼즐조각에 맞추려고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났다.
이번엔 제법 시간이 걸리고 있다.
갑자기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속에서 퍼즐 상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혹시 잘못 산 것은 아닐까?
혹시 망가진 것은 아닐까?
혹시 없어진 것은 아닐까?

이리저리 상자를 돌려보다가
문득 처음 이 퍼즐을 선택하게 된
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수많은 퍼즐상자 중에서 유독
내 시선을 끌었던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내 꿈을 갖게 해주었던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오래된 고성(古城).

하나 하나의 벽돌이 모여
하나 하나의 조각이 모여
하나 하나의 목재가 모여
하나 하나의 손길이 모여
거대한 성을 이룬 모습
바로 내가 찾았던 그 꿈과 환상

그래 이제는 다르게 해보자
마음 속 깊이 그 고성의 그림을 기억해 넣는다.
내가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내가 선택한 그 그림을
어떻게 해서 내 마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이 퍼즐을 선택했고 그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
나는 그 그림을 내 마음 속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집어든 하나의 퍼즐
이전의 퍼즐과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 퍼즐이 있어야 할 장소에
원래 있기로 하였고 있도록 예정되었으며 있도록 강권되어진
바로 그 위치에 조심스레 놓아본다.
다행히 홈이 있어 맞는 것 같다.
바로 있어야 할 그 곳에는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홈이 있고
그곳이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쓸데 없을 그 퍼즐이
자기의 자리를 찾고 나를 보고 웃는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퍼즐의 제 위치를 찾아주다보면
이 퍼즐맞추기도 끝이 나겠지
비록 어렵고 크고 복잡하여 불가능해 보였지만
퍼즐을 맞추는 방법을 따르고 나니
하나 하나 속도가 붙고
하나 하나 재미가 나고
하나 하나 즐거워 진다.

이 퍼즐을 완성할 때 쯤이면 나는 또 다른 기쁨과 희열에 젖겠지
그런데 가만, 이 퍼즐의 그림은 누구의 그림이며
나는 누구의 작품을 만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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