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지각’ 덕에…에티오피아 추락기 승객의 ‘운수 좋은 날’
입력 : 2019-03-11 12:42
“문이 닫힌 지 2분 후에 도착했어요. 다른 승객들이 탑승하는 것을 눈앞에서 봤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을 것 같아 정말 화가 났어요”
2분 늦게 탑승 게이트에 도착해 에티오피아 항공 추락 여객기 탑승을 피한 그리스 남성 안토니스 마브로폴로스는 10일 저녁(현지시간) 그리스 알파 TV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마브로폴로스가 사고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비영리단체 대표인 그는 당시 유엔 환경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출발해 케냐 나이로비로 갈 예정이었다. 마브로폴로스는 나이로비로 가기 위한 환승 구간인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했지만, 여행 가방을 기내에 들고 탈지 짐으로 부칠지를 고민하다 탑승이 지연됐다.
결국 그는 여행 가방을 들고 타기로 했지만, 이번엔 그를 환승 편이자 추락 비행기인 ET 302로 안내할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결국 탑승 게이트로 서둘러 혼자 이동했고, 2분이 늦어 눈앞에서 비행기를 놓쳤다.
그는 “내가 여행 가방을 빨리 맡겼거나, 나를 환승 편으로 안내할 책임자가 제때 도착했더라면 그 비행기에 꼼짝없이 탑승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인생은 어딘가 매달려 있는 이름 모를 필라멘트 같은 것인데, 우리는 필라멘트가 부서지고 나서야 매달려 있던 것을 알게 된다”며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해 목숨을 구한 것을 ‘인생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순간’으로 꼽았다.
마브로폴로스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ET 302편의 티켓 사진을 공개하며 “탑승을 하지 못한 이후 공항 직원들은 나를 공항 경찰대로 안내했고, 경찰은 내게 신께 감사하라고 말했다. 추락한 비행기에 타지 않은 유일한 승객이 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나의 신분과 비행기를 타지 않은 이유 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나를 내보내 주지 않았다”며 “우리는 로큰롤을 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죽기엔 너무 젊다. 2019년 3월 10일은 내 인생 가장 운 좋은 날”이라고 적었다.
10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8분(아프리카 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ET 302기(보잉 737)가 비행 6분 만에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62㎞ 떨어진 비쇼프투시 근처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총 157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고기에는 35개 국적의 승객들이 탑승 중이었으며, 탑승자 중 한국 국민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