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평양의 산정현 교회를 시무하셨던 고당 조만식 장로님의 겸손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는 장로님께서 마산에 있는 문창교회를 찾아가셨습니다.
그 당시 그 교회를 담임하고 계시던 주기철 목사님을 자기교회로 청빙해 오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었습니다.
고당 조만식 장로님께서 오산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주기철 목사님은 그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노 장로님은 젊은 목사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장로님, 편히 앉으십시오."
목사님의 말에 장로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치도 않으신 말씀입니다. 전에는 목사님이 학생이셨고 제가 교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목사님께서는 하나님의 귀하신 종이 되었고,
저는 그 종을 받들어 섬기는 장로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니 편좌하라 말씀하지 마십시오."
끝까지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노 장로님의 믿음에서 나오는 겸손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장로님의 겸손에 너무나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장로님의 권유에 따라서 평양 산정현 교회를 담임하게 되셨습니다.
어느 주일이었습니다.
장로님께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잠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그만 예배시간에 늦어졌습니다.
장로님은 부랴부랴 교회를 뛰어왔지만 이미 예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목사님이 설교를 하고 있는 도중이었습니다.
장로님은 조용히 자리를 찾아서 앉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다 마시고 장로님을 향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로님, 오늘은 의자에 앉지 마시고 서서 예배를 드리십시오."
노 장로님에게,
그것도 옛 스승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였다고 생각되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로님은 그 말에 그대로 순종했습니다.
설교가 끝났습니다.
목사님께서 다시금 장로님에게 말했습니다.
"장로님, 앞으로 나오셔서 기도하십시오."
장로님께서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울먹거리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죄인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죄인이 애국운동을 한답시고 사람을 만나다가 하나님을 만나는 예배시간에 늦고 말았습니다.
목사님께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면 설교하던 도중에 이토록 책망하셨겠습니까?
하나님의 종의 마음을 아프게 한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은혜스러운 설교를 듣는 교인들이 은혜 받는 것을 방해한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울먹거리는 장로님의 기도를 듣고 모두가 울었습니다.
목사님도 울었습니다.
성도님들도 울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을 똑같이 칭송을 했습니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요, 그 목사에 그 장로로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러한 겸손이 있기를 바랍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섬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