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 여섯살, 두 아들을 두고 못내 세상을 떠났다. 겨우 35년 살았는데, 말기암이라고 했다.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허락된 시간은 고작 2년. 영국의 엄마 케이트 그린은 지난 1월 숨을 거뒀다.
16세 때 남편(44)을 만났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이듬해 동거에 들어갔고,1996년 스위스 여행을 함께 갔을 때 청혼을 받았다.
2005년 둘째 임신 중 첫 아이 복부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
집중 화학요법과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다리 신경에 손상을 입혔다. 평생 걷지 못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종양이 줄어들었다.
그 사이 가슴앓이를 해온 엄마 가슴에 암이 생겼다. 왼쪽 가슴에 응어리가 만져졌다. 18개월간 화학요법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전이가 됐다며의사들은 손을 놓았다.
이심전심 알고 있었다. 그날 밤을 못 넘길 것을.
부부는 소원 목록을 만들었다. 아내는 이미 A4용지 세 장이 넘게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소원을 써놓았다.
"애들 잠자리 들기 전에 꼭 두 번씩 뽀뽀해주세요. 가족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식탁 하나 사요. 나중에 커서 절대 담배 피우지 못하게 하고요. 언제나 약속 시간 꼭 지키게 해주세요. 누구랑 다퉜더라도 꼭 화해하게 하시고, 여자친구는 정중히 대하고 양다리 데이트하지 않게 가르쳐주세요. 큰애 잠자리에 오줌 싸는 것 윽박지르지 마세요. 밤중에 오줌 줄이는 약 있어요. 이따금 해바라기를 키워보게 해주세요"
"너희들의 웃음, 엄지손가락 빠는 것, 귀 구부리는 것을 사랑했단다. 엄마를 껴안아주는 것이 더없이 행복했어. 엄마는 강둑 따라 걷는 것을 좋아했지. 나비와 새 이름 배우는 것, 아이보리색 장미와 안개꽃을 좋아했단다. 엄마는 키 155cm, 체중은 55kg이었어. 문틀에 엄마 키를 새겨놓고 엄마를 기억해주렴."
남편은 아내가 남기고 간 소원 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아이들을 스위스에 데려가 아빠가 엄마에게 프러포즈했던 장소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런데 딱 한 가지는 이뤄주지 못할 것 같단다. "함께 살 다른 여자를 찾으세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