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14일 그리스 아테네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경영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한국 대표 최연소로 참가한 까까머리 중학생은 출발대에 올랐다가 심판의 ’스타트 준비~’ 구령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물 속에 빠져버렸다.
부정출발이었다. 스타트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올림픽 경영에서 실격하며 물길질도 한번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이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은 바로 박태환(19.단국대)이었다.
탈의실에서 눈물을 흘렸던 박태환은 다시는 스타트에서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수모를 씻고 4년 뒤 중국 베이징에서는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박태환은 이후 훈련을 할 때마다 스타트 연습에 충실했고 결국 출발 반응에서 세계 최고로 발돋움했다.
버저가 울리는 것을 듣고 난 뒤 몸이 반응하는 시간을 재는 출발 반응 시간에서 박태환은 0.6초대를 보이고 있다.
작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할 당시 박태환은 0.68의 출발 반응을 보였다. 2위로 들어온 튀니지의 우사마 멜룰리(0.79)와 3위인 호주의 그랜트 해켓(0.81)보다 0.1초 이상 빨랐다. 100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리는 수영에서 빠른 출발 반응으로 박태환은 미리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은 또 있다.
도성초교 3학년 때인 199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소년체전에서 박태환은 접영 50m에서 우승할 뻔 했지만 최종 터치를 잘못하는 바람에 실격 처리됐다. 손바닥으로 강하게 누르듯 때려야 하지만 살짝 건드리고 만 것.
골인할 때 실수는 또 한번 있었다. 7년이 지나 2005년 11월 마카오에서 열린 동아시아수영대회 자유형 1,500m 결승 때였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 장거리 자유형 최강이었던 장린(중국)과 레이스 경쟁에서 간발의 차로 앞서가던 박태환은 골인 지점을 눈 앞에 두고 갑자기 속도가 줄었다. 팔을 한 번 더 저어야 했지만 거리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던 관성 때문에 골인은 했지만 머뭇거리는 순간에 장린이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말았다. 박태환의 기록은 15분00초32. 장린(15분00초27)에게 0.05초 뒤지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쳤다.
박태환이 마지막 바퀴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터치패드를 유난히 세계 두드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