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머리에 보풀이 묻었을 때
나는 떼어주고 싶다.
누군가의 얼굴에 검댕이가 묻었을 때
나는 닦아주고 싶다.
누군가의 옷에 먼지가 묻었을 때
나는 털어주고 싶다.
누군가의 신발에 진흙이 붙어있을 때
나는 닦아주고 싶다.
그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내가 그 더러움을 참을 수가 없다.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괴로움.
누군가의 삶에 죄가 있을 때
누군가의 인생에 문제가 있을 때
누군가의 인격에 장애가 있을 때
누군가의 의지에 어리석음이 있을 때
나는 참을 수가 없다.
그의 삶을 마치 옷처럼 벗겨
그의 인격을 마치 신발처럼 벗겨
깨끗하게 다시 만들어서
돌려주고 싶다.
그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그렇게 어리석고 옹렬하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놀랍고 차마 쳐다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눈을 들어 입을 열어 손을 뻗쳐
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나를 붙드시는 주님의 눈, 주님의 입, 주님의 손.
"내버려 두어라"
아니 왜요? 주님.
저 모습을 그냥 내버려 두실 겁니까?
저 모습을 돌아다니게 그냥 놔두실 겁니까?
저 모습으로 민폐를 끼치도록 허락하실 겁니까?
"내가 너를 기다리는 것처럼,
너도 그를 기다려라"
"내가 너를 내버려 두는 것처럼,
너도 그를 내버려 두어라"
"내가 너를 붙들었을 때처럼,
그때 너도 그를 붙들어라"
주님의 뜻을 깨달으면서
나도 주님앞에서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건드리기보다 내버려두기가 더 어려운 법.
주님은 나보다 더 많은 인내로
때를 기다리고 계셨다.
이제 주님을 앞서지 않기 위해서
주님 뒤에 서서 그를 내버려둔다.
그가 자신의 불편함과 자신의 부자유스러움과
자신의 외로움과 자신의 괴로움을 깨닫고
그제서야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그때 나는 말하겠지.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