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나의 오디션을 보았다.
넓디 넓은 관객석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 10명.
그들이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을 제외하곤
텅빈 관객석을 향해
나는 오늘도
내가 준비한 대사를 외쳤다.
내가 준비한 인물을 보였다.
내가 준비한 열정을 토했다.
그것은 나의 대사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나의 인격도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것은 나의 열정.
내가 얼마나 텅빈 이 관객석을
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가 얼마나 이 무대에
걸맞는 지를 보여주는
내가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는 지를 알려주는
나만의 퍼포먼스였다.
다음 번 오디션 장을 향하면서
끝없는 오디션을 치뤄보면서
계속되는 고배를 마시면서
나는 다시한번 입술을 깨문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게 될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내가 연기해야 할
내가 맡아야 할
내가 전달해야 할
그 역할을 감당하겠노라고
그 환상을 마음 속에 새기면서
오늘도 10명 아니 5명 아니 2명
앞에서 오디션을 본다.
아니 최소한 이것은
나의 본공연이 아닌
하나의 오디션일 뿐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눈물이 난다.